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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촉진2-1 '학교 철거비용' 공사비 제외…도정법상 맹점은

부산 촉진2-1구역 시공권을 둘러싼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구역 내 위치한 성지초등학교와 부산진중학교의 철거비용을 공사비에 포함했는지 여부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학교 철거가 시공사의 공사용역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을 경우, 향후 협상 과정에서 다시 추가하거나 혹은 분리발주를 통해 다른 업체에게 맡겨야 한다. 학교 철거작업은 착공 선결 조건이다.

 

18일 정비업계 따르면 부산 시민공원 촉진2-1구역 조합은 이달 27일(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당초 조합은 제1호 안건으로 '시공사 입찰자격 유·무효 결정'을 상정했으나, 입찰자격이 박탈된 시공사가 선정될 경우 초래될 혼란을 감안해 해당 안건을 취소했다. 조합은 총회 1주일 전(24.01.20) 대한적십자사 대강당에서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의 프레젠테이션(PT) 발표 및 질의응답을 진행키로 했다.

 

현재 촉진2-1구역 내 화두는 부산진중학교·성지초등학교 철거비용이다. 촉진3구역 안으로 이축(건축물을 옮겨 세우는 것)하는 비용은 부산시와 조합이 절반씩 분담한다. 삼성물산은 사업제안서에 '부산진중학교, 성지초등학교 이축과 관련한 철거 및 공사비는 제외'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조합에 제안한 총 공사금액에 2개 학교 철거비용을 포함시켰다. 철거비용이 공사비에 포함된 게 조합에겐 유리하다.

 

삼성물산이 부산진중학교·성지초등학교 철거비용을 공사비에서 뺀 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을 달리 해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계약의 방법 및 시공사 선정)에 따르면, 조합이 시공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기존 건축물 철거공사(석면안전관리법에 따른 석면 조사·해체·제거)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이 기재돼 있다. 다만, '기존 건축물'을 지칭하는 공사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문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 맹점이다.

 

대형로펌 변호사는 "기존 건축물 철거공사를 도정법에 넣어놓은 건, 조합이 철거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끼칠 비리가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라며 "기존 건축물을 어디까지 봐야 할지에 대한 해석의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정비구역 안에 들어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구역 내 부산진중학교와 성지초등학교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장물이 아닌 건축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줬다.

 

부산 촉진2-1구역 사례는 최근 서초구 반포동 현장과 비슷하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이달 10일(수) 임시총회를 열어 반포초등학교와 반포중학교 철거 작업을 현대건설에 추가 의뢰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반포초등학교와 반포중학교는 철거 후 신축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조합과 현대건설이 체결한 기존 도급공사계약(안) 상 용역범위에는 철거공사(철거계획서 수립 및 인허가청 승인) 내용이 빠져 있었다. 착공을 하기 위해선 당연히 기존 건축물을 철거해야 하기에, 조합은 임시총회 안건으로 다시 상정해 추가 공사를 의뢰한 것이다.

 

반포초등학교·반포중학교의 ▲석면조사 ▲석면해체 ▲건축물 철거는 착공 전 이행되어야 할 선행조건이지만, 공사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았기에 이번 달 총회 의결을 통해 추가시켰다. 추가공사 의뢰에 따른 비용은 향후 현대건설과 공사비 증액 협상 시 반영된다. 현대건설은 작년 11월 반포초등학교·반포중학교 철거공사는 착공 전 선결되어야 할 중요 사항임을 밝히며, 후속 공정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업무추진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삼성물산이 2개 학교 철거비용을 공사비에서 제외했다는 말은, 향후 조합이 다른 철거업체에게 분리발주하거나 혹은 추가 공사비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공사 용역범위에 포함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시공사로 선정된 후 조합과 공사비 증액을 논의할 경우, 현실적으로 조합은 협상력에서 상대적인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학교 철거비용 외에도 단지 내·외부 지장물(상하수도·전기·통신시설 등) 철거 및 이설비용도 총 공사금액에서 현재 빠져 있는 상황이다. 철거비용과 설계변경,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Escalation)을 감안하면, 실제 착공시 삼성물산의 평당 공사비는 1,000만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삼성물산이 최근까지도 수주 의향을 나타냈던 노량진1구역은 기존 건축물 철거공사 외에도 사업부지 내 모든 지장물(상하수도·전기·가스·통신시설 등) 철거 비용을 공사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기재하고 있다. 노량진1구역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가 갖는 맹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시공사들에게 미리 모든 지장물 철거비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안내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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