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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현장을 발로 뛰며, 겸허한 자세로 정보를 기록합니다. 속도와 깊이를 중시하는 언론사입니다.

[칼럼] 여의도 한양의 '898억+α', 전화위복(轉禍爲福) 됐으면

정비사업은 항해와 참 많이 닮아 있다. 고요하고 잔잔한 파도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가도, 어느새 다가온 폭풍우와 맞서 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우두머리인 선장(조합장)과 항해사(이사·감사), 선원(조합원) 모두가 응축된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있는 힘껏 쏟아내도 쉽지 않은 게 항해다. 방향성을 잃고 한동안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관측이 쏟아졌던 사업장, 바로 여의도 한양아파트다.

 

순항 중이던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암초에 걸린 건 작년 10월이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상가 부지를 먼저 해결하라는 서울시 지침으로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국토부·영등포구청에 민원이 빗발치며 초래된 결과다. 민원을 제기한 이가 누구인지, 속내는 무엇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중요한 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어쩌면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될 상가 이슈를 예상치 못한 시점에 직면하게 됐다.

 

그로부터 채 2달이 되지 않았다.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롯데쇼핑이 보유한 토지(1,484㎡)와 건물을 898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지난 달 29일 체결했다. 당일 계약금 300억원도 KB부동산신탁의 신탁계정대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중도금(200억원)과 잔금(398억원)은 올해 6월, 12월에 각각 지급해야 한다.

 

관건은 매매금액이었다. 롯데쇼핑은 향후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을 전제로, 여의도역 역세권 평당 매매가 수준을 원했다. 여의도역 인근 평균 매매가는 평당 약 3억5,600만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롯데쇼핑 부지(약 450평)를 감안하면 매매금액은 약 1,600억원에 달한다. 양사는 협의 끝에 샛강역 인근 평균 매매가로 합의했다. 샛강역 및 기타 인근의 평균 매매가는 약 1억7,000만원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소유권이전일로부터 1년까지 별도 임대료 없이 무상 사용한다. 소유권이전일은 잔금 수령일(2024년 12월 31일)이다. 상가가 침범한 일부 부지(73㎡)와 슈퍼마켓 운영에 필요한 주차장 5대분도 모두 2025년 12월 31일까지 무료로 사용한다. 또한, 롯데슈퍼 땅과 건축물을 다른 유통산업을 영위하는 기업(현대·신세계 등)에 재매각 혹은 임대할 수 없다는 특약사항도 걸었다. 실상 따져보면, 롯데슈퍼 이익은 900억원 이상이다.

 

계약 조건은 당연히 아쉬운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먼 항해를 떠나야 하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입장에선 오히려 상가 이슈를 빠르게 치유했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매매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보통 상가와 교회 이슈는 덮어두고 진행하는 경우가 통상의 절차로 여겨진다. 상가와 교회 입장에선 사업이 어느 정도 진도를 빼야 협상권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양아파트 또한 나중에 가서 롯데슈퍼와 협의를 해야 했더라면, 협상 난이도가 높아짐은 물론 어쩌면 지금보다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 정말 사업 속도가 중요해졌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턴 부지 매매대금(약 900억원)의 금리가 차곡차곡 쌓여 나간다. 다른 신탁사 대비, 금융지주 계열이라 조달금리가 낮을 수 있다. 대여금 이자를 6%만 가정하더라도, 단순 계산으로 숨만 쉬어도 54억원이 이자로 나간다. 이자는 영업일을 가리지 않고 누적된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잠시 중단했던 시공사 선정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위원회와 KB부동산신탁은 진정한 의미에서 각각 선장과 항해사가 되어야 한다. 선장은 명확한 지시를, 항해사는 올바른 방향을 내려야 선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지 않을까.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롯데슈퍼 부지 매입을 발판 삼아 여의도 내 다른 사업장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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