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 측으로부터 '이의를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회신과 통지를 전달받고도 이와 어긋난 계획으로 조합원 이익이 침해당하면 조합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익을 위한 목적이 아닌 이상, 신뢰보호원칙을 위배해선 안된다는 게 법원이 강조한 핵심이다.
31일 법조계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성남 재개발 사업장에서 발생한 관리처분계획(안) 취소와 관련한 소송 건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A)는 이의를 제기한 조합원, 피고(B)는 조합에 해당한다.
이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분양신청 과정에서 1+1을 희망한 일부 조합원들은 원하는 평형을 받지 못하자 조합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조합은 이의신청 내용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려 받아들이기로 했고, '회신을 통해 희망한 내용대로 구분건물을 배정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합이 회신 및 통지상으로 전달한 내용과 달리, 일부 조합원들은 기존의 관리처분계획대로 분양예정 건축물을 받기로 결정됐다. 이를 두고 원고 측은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을 수정해야 하나, 충분히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도정법에 따른 '관리처분계획 수립기준'과 '신뢰보호원칙'을 동시에 위반했음을 주장했다.
반면 조합은 "일부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다른 조합원의 형평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관리처분계획 수정을 검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 인허가절차 상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조합 측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공적인 견해를 전달하고 나서도 관리처분계획을 수정하지 않고 기존 계획을 고수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조합이 주장한 형평성 문제와 관련 "원고의 신뢰를 보호하는 행위가 조합원들의 형평성을 저해하고 공익을 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법원은 "피고가 원고 측에 '이의신청에 따라 건축물을 분양하겠다'는 공적 견해를 표명하고도 약속을 어겨 원고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회신과 통지서 전달 행위가 조합과 조합원 간의 공식적인 약속으로서 의미가 크고, 이를 어긴 행위가 곧 신뢰보호원칙 위반으로 간주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준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조합의 공람의견 관련 조합원의 신뢰를 보호해야 할 경우가 있지만, 신뢰보호원칙은 행정청과의 관계에서 적용되는 것"이라며 "정비사업 조합과 같이 특정영역에서 행정청과 유사한 지위를 부여받은 자의 의견을 행정청 의견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에서 분양권이 있다고 보고 분양신청을 받아도, 도정법 해석상 분양권 부여가 부정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분양신청자 모두를 구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람의견에 대한 조치계획은 문제 해결을 위한 조합의 의견 중 하나로 봐야 하고, 그것에 강한 신뢰를 부여하는 건 조합의 공람의견 대응을 소극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