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분한 일조량 확보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리던 주민들이 갑작스러운 신축건물의 등장으로 일조에 영향을 받는다면 이에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줄어든 일조 시간에 비례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판단이 핵심 포인트다.
28일 정비업계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구로구의 한 정비사업지에서 발생한 일조권 영향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건과 관련,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A)는 구분소유자 12명으로 이뤄진 구축아파트 주민이며, 피고(B)는 신축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이다.
우선 원고 측 아파트의 용도지역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22층~23층으로 최고층수가 구성돼 있다. 일조와 조망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105동과 107동 두 곳으로 압축된다.
이와 달리, 피고 측 아파트는 신축으로,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이뤄졌다. 일조와 조망을 그대로 확보 가능하나, 대신 원고 아파트로 통하는 햇빛을 차단하고 거실창 전면 건물을 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피고 부지는 철거를 완료하고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일조 피해 정도를 살펴보면, 신축 전 원고아파트의 총 일조시간은 3시간 41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축 후 전체 일조시간은 1시간 27분으로 대폭 감소했다. 2시간 넘게 일조량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를 두고 원고는 그간 충분한 일조량과 천공조망권을 확보했으나,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두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입장이다.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일조권 침해와 함께 천공조망 및 사생활 침해도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수인한도를 판단하는 기준(공동주택)은 ①동지일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조시간이 연속해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②동지일을 기준으로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까지 일조시간이 통틀어 최소한 4시간 정도 확보되는 경우다. 동지일을 기준으로 한 이유는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고 일조시간이 가장 짧아서 일조침해가 가장 커지기 때문이다. 앞선 2가지 기준을 모두 맞추지 못할 경우, 일조 저해의 경우 수인한도를 넘어섰다고 본다. 일조량이 수인한도에 미달할 경우, 재산가치 영향과 생활간섭 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최종 법리 판단을 거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산가치하락액과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에 의한 보상의 필요성이 인정된 것이다. 법원은 원고 측 12명 중 실거주 중인 8명에게 피고가 각각 정신적 위자료 명분으로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또 재산가치하락액은 층수와 동을 고려해 최소 1,180만원에서 최대 1,834만원 수준까지 보상하라고 했다. 이로써 전체 재산가치하락액 1억7,440만원과 위자료 2,400만원을 합친 총 1억9,840만원이 최종 청구금액으로 책정됐다.
김준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정비사업이 시행되고 그로 인해 인근 주거지에 일조 감소가 있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기에, 사업시행자는 일조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가능성을 염두해 둬야 한다"며 "인근 단지의 경우, 일조 침해가 예상되면 전문가를 통해 일조 침해 정도를 분석하고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 과정에서 일조영향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민사적 손해배상책임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