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재개발 최상급지로 여겨지는 성수전략정비구역(1구역·2구역·3구역·4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자, 그간 물밑경쟁으로만 암암리 진행됐던 경쟁 구도가 하나둘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각종 논란도 일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둘러싼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업계 대부분의 화두가 성수에서 비롯되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정비업계 따르면 성수4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삼성물산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갤러리 투어를 잠정 중단시켰다. 홍보관에서 3개 구역(성수2·3·4)을 하나로 묶어 '삼성 브랜드 타운'으로 조성하고, 각 구역별 커뮤니티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의 내용이 안내된 데 따른 조합의 후속 조치다. 성수4구역은 긴급 이사 간담회를 열어 항의 공문과 더불어 래미안 갤러리 투어를 보류키로 내부 의결을 신속하게 마쳤다.
조합이 즉각 대응에 나선 건, 현장 OS요원들의 단순 홍보성 멘트가 아닌 공식 홍보관에서 나온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것을 우려한 대목이다. 실제 홍보관을 다녀온 뒤 우려를 제기한 조합원들도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각 단지는 독립적으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준공 후 관리·운영 역시 해당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에 권한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 시공사는 사업시행자인 조합으로부터 단순 공사도급 역할만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삼성물산이 조합원들과 만난 공개된 자리에서 다소 현실성 부족한 제안을 한 것과 관련 세밀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그 당사자가 업계 1위 브랜드가치를 지닌 삼성물산이었기에 발표 내용에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시공권 확보를 위한 과열 분위기를 감안하고 볼 필요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에 나선 성수1구역은 '입찰지침서' 상 독소조항 포함 여부로 한 차례 내홍을 겪었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타 구역 입찰지침서에 없는 조항들로 인해 입찰 변별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했다. 조합 입찰안내서와 시공사의 입찰제안서가 상충될 경우, 조합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에 특히 반발했다. 추가적으로 금융조건과 개발이익 관련 사업조건 제시도 할 수 없게끔 안내됐다.
성수1구역은 오는 29일(금) 1차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시공사들은 입찰 참여자격을 얻게 되며, 입찰안내서 등 제반서류를 받게 된다. 현재 성수1구역에 수주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곳은 현대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다. 1차 입찰제안서 마감일은 오는 10월 13일(월)까지다.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선, 입찰보증금 1,000억원을 전액 현금 납부해야 한다. 성수1구역의 평당 공사비는 1,132만원이다.
성수1구역 다음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사업장은 성수2구역이다. 성수2구역은 최근 이사회를 개최, 시공사 선정계획(안)을 심의했다. 조합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 DL이앤씨가 모두 입찰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책임준공 확약서 또는 공사이행 확약서 중 1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입찰참여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성수2구역의 평당 공사비는 약 1,16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용했던 사업장도 시공사 선정 시기가 되면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며 "하물며 성수의 경우, 모든 시공사가 최소 1개 구역을 가져가고자 오랜 기간 사전 스킨십을 진행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사업장 수주를 위한 경쟁입찰에 뛰어들지 여부는 오롯이 시공사의 몫이기에, 각 건설사별로 수주 참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금의 셈법을 해석하고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