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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원도 최대지분? 법제처 해석 유감… ‘준용’은 복사기가 아냐

 

[칼럼] 최근 법제처는 정비구역 내 하나의 건축물 또는 토지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경우, 추진위원은 그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자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당연 퇴임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조문을 차례로 따라가 보면 그럴듯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 논리 구조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 법제처는 왜 추진위원도 최대지분을 보유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았을까?

 

법제처 해석은 다음과 같은 조문 연결을 전제로 한다. 도시정비법 제33조 제5항은 추진위원의 결격사유에 대해 같은 법 제43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3조 제2항 제2호는 조합임원이 제41조 제1항에 따른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당연 퇴임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제41조 제1항의 자격요건이 추진위원에게도 적용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조문을 차례로 따라가 보면 일견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놓여 있다. 조합임원에 관한 자격요건을 추진위원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먼저 법의 기본 구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시정비법은 추진위원의 자격요건을 법률에서 직접 상세히 규정하지 않는다. 추진위원의 선임방법에 관한 사항은 법 제34조에 따라 운영규정으로 정하도록 위임되어 있다. 반면 추진위원의 결격사유에 대해서만 조합임원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제33조 제5항). 다시 말해 선임방법의 일환인 자격요건은 운영규정의 영역으로, 결격사유는 법률의 영역으로 나눴다.

 

◆ 준용은 새로운 자격요건을 만들어 내는 근거가 될 수 없어

 

여기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개념이 바로 '준용'이다. 준용은 같은 내용을 여러 조문에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입법기술이다. 이미 규정되어 있는 내용을 다시 적는 대신 그 규정을 끌어와 적용함으로써 법문을 간결하게 하려는 입법적 편의일 뿐이다. 즉, 준용은 특정 사안에 관하여 만든 규정을 그와 유사하지만 성질이 다른 사안에 대하여 '필요한 변경'을 가하여 적용하는 방식이다.

 

만약 입법자가 준용 규정을 두지 않았다면 법률은 다음과 같은 조문을 별도로 둬야 했을 것이다.

 

제00조(추진위원의 결격사유 및 퇴임)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추진위원이 될 수 없다. (결격사유)

1.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또는 미성년자

2.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

3.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4.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5. 이 법을 위반하여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10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6. 제31조에 따른 추진위원회 승인권자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의회의원 또는 그 배우자ㆍ직계존속ㆍ직계비속

 

② 추진위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연 퇴임한다. (당연 퇴임)

1.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되거나 선임 당시 그에 해당하는 자이었음이 밝혀진 경우

2. 추진위원이 제34조에 따른 운영규정에서 정한 추진위원의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③ 제2항에 따라 퇴임된 추진위원이 퇴임 전에 관여한 행위는 그 효력을 잃지 아니한다.

 

이처럼 장황한 중복을 피하기 위해 입법자는 “제43조를 준용한다”는 한 줄의 규정을 두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준용 규정은 기존 규정을 반복하지 않고 끌어와 적용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다. 다만, 그 자체가 새로운 자격요건을 만들어 내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결격사유를 준용한다는 것은 ‘소극적 요건’을 확인하여 부적격자를 걸러내라는 뜻이지, ‘적극적 요건’인 자격요건까지 끌어와 조합 임원과 똑같은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격사유 준용 규정을 근거로 조합임원 자격요건(제41조 제1항)을 추진위원에게 확장 적용한다면, 이는 준용 규정의 취지와 기능을 넘어서는 해석이 된다. 가상 조문 제2항 제2호에서 보듯, 추진위원의 퇴임사유가 되는 자격요건은 '조합임원의 자격요건'이 아니라 '추진위원의 자격요건'이어야 법 체계상 타당하다.

 

◆ 법제처 해석은 정비사업 현실과도 충돌…"추진위원의 자격요건(최대지분)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추진위원회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토지등소유자의 참여를 기반으로 구성된다. 구역에 따라 추진위원 수가 100명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에서 공유 토지나 건축물의 최대 지분자만 추진위원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해석을 적용하면 상당수 토지등소유자가 추진위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폭넓은 참여와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는 추진위원회의 성격과도 조화롭지 않다.

 

2023년 도시정비법 개정은 공유 지분을 이용해 형식적으로 임원 자격을 갖추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규정은 어디까지나 조합임원 선임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맥락에서 도입된 것이다. 사업 초기 단계의 준비기구에 불과한 추진위원회에까지 동일한 요건을 적용해야 할 법적 근거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결국 사안의 핵심은 단순하다. 결격사유 준용 규정을 근거로 조합임원 자격요건까지 소환해 추진위원에 대한 규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준용 규정은 반복을 피하기 위한 입법기술일 뿐이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의 선율을 추출해 ‘G선상의 아리아’로 편곡하는 것은 원곡의 미학적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적 변주다. 그러나 결격사유라는 소극적 필터를 자격요건이라는 적극적 규제로 뒤바꾸는 행위는 이와 차원이 다르다. 선율의 변주가 아니라, 원곡에 존재하지도 않는 악보를 임의로 그려 넣어 곡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준용이라는 기술적 장치가 그 본래의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해석은 법을 적용하는 일이 아니라 법을 새로 쓰는 일이 된다. 그것은 더 이상 해석이 아니라, ‘입법’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글 =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 변호사(park@jo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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