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복리시설의 대표격인 상가의 협상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시점은 언제일까? 바로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서를 걷을 때다. 도정법 제35조 제3항에 따르면,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선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70% 찬성 외에도 동별 동의율 50%를 확보해야 한다. 이때 도정법엔 주택단지 내 '복리시설의 경우,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본다'는 단서 문구가 기재돼 있다.
현장에서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질의가 앞서 언급한 문구(복리시설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본다)와 관련 있다. 일례로, 단지 정문과 후문에 각각 A상가, B상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상가는 재건축에 찬성하는 소유주들이 과반을 넘어 동별 요건을 충족했고, B상가는 재건축을 반대하는 소유주들로 인해 동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추진위원회는 A상가와 B상가를 묶어서 하나의 동으로 보고 공유물 분할소송에 들어가야 할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A상가는 재건축에 찬성하기 때문에 문제 없고, B상가만 구역계에서 제척하는 방향으로 공유물 분할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도정법 제67조는 상가의 동별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가를 사업구역에서 빼고, 나머지 부지만을 대상으로 재건축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 특례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공유물 분할소송을 제기했다는 증명서류를 관할 관청에 제출하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2014년 강남구 소재 사업장에선 복리시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가 외에도 목욕탕과 연탄판매소, 어린이집(노유자시설) 등이 존재했다. 해당 사업장의 추진위원회는 재건축 사업을 위한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했지만, 상가와 목욕탕 소유자들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추진위원회는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복리시설(상가·목욕탕) 소유주들을 상대로 공유물 분할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인 상가·목욕탕 소유주들은 전체 복리시설은 '하나의 동'에 해당하기 때문에 복리시설 전체 소유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공동소송에서 피고를 누락했기에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피고의 주장과 관련, 법원은 부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업시행자인 추진위원회는 사업계획에 따라 토지분할의 대상을 판단할 여지가 있고, '하나의 동'으로 규정한 건 조합설립 동의율 산정을 위한 기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방법원에서도 주택단지의 복리시설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보는 것은 조합설립 동의율을 산정하기 위해 마련된 기준임을 판시했다. 복리시설의 개수가 많고 산재해 있을 경우, 복리시설 전체를 하나로 보게 될 경우 추진위원회가 분할 청구의 대상을 정함에 있어 선택의 폭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본 것이다. 동별 동의율을 달성한 다른 복리시설 소유자들의 권리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부연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신규 사업장에서 상가와의 협의는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단계다. 관건은 입주권 부여 여부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종전자산평가 방법과 입주권이 부여될 경우 분양가 결정방법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는 쟁점이다. 상가와의 협의가 불발될 경우 일단 사업은 가야 하기 때문에 공유물 분할소송은 필수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중요 절차인 만큼 관련 법령과 판례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에, 해당 사안을 전문적으로 자문하는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 이에스더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sther021261@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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