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재개발을 진행 중인 사업장 내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대대적인 '이주비 대출' 수요 파악에 나섰다. 최근 서울시가 추가이주비 대출로 인해 사업 지연이 우려되는 현장들을 브리핑하면서, 기본이주비와 추가이주비를 합쳐 LTV 100% 이내 조달을 약속해 줄 수 있는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느냐 여부가 정비업계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시공사를 포함, 대주주를 포함한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갖추고 있느냐 여부가 또 다른 조합원들의 관심사로 여겨지고 있다.
6일 정비업계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사업시행자로 공공재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주비 대출 관련 현황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6·27대책 / 10·15 대책)로 인해 이주비 대출 규모가 줄어들고, 대출구조 변화가 실제로 발생함에 따라 객관적인 수치 자료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사 기간은 지난 달 21일부터 시작해서 금일까지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주택담보대출 담보비율 규제가 공공재개발 사업장 내 소유주들의 이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뒤, 규제 완화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자 설문조사를 단행했다. 토지등소유자들의 재산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수집에 나선 셈이다. 공공재개발 구역 내 물건의 소유 형태부터 필요한 이주비 규모, 주택근저당권 설정여부 등을 묻는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는 올해 1월 말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이주비 대출 규제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다.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개 현장을 순회한 결과, 이주비 대출규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그간 규제 완화 필요성을 느끼고,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2차례 면담과 3차례 실무협의회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이주예정인 현장의 91%가 규제 적용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현황요약 자료에 따르면, 강남권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에선 재무상태가 양호한 시공사로부터 다소 높은 금리로라도 추가이주비를 조달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재무상태가 열악하거나, 강북권 중소규모 정비사업장에선 시공사로부터 추가이주비 조달이 불확실한 사례가 보고됐다. 모아주택 등의 가로주택정비사업장에선 아예 시공사로부터 자금 조달이 불가해 사업중단위기에 처한 곳들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서울시내 재개발 사업장에선, 올해 초 시공사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시공사가 신용 문제를 이유로 조합에 조달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기본이주비는 약 4% 금리로 조달됐지만, 추가이주비는 약 8.5%에서 10%까지로 책정됐다. 조합원 60명 가량이 추가이주비 약 130억원을 필요로 했지만, 시공사의 열악한 재무상태로 인해 올해 2월 예정된 이주 절차도 일정이 연기된 상황이다. 일부 조합원은 현금청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내 정비사업의 맏형격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설문조사와 서울시의 브리핑 등이 이어짐에 따라, 올해 시공사 선정 시 가장 주목받는 입찰 조건은 '금융'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현재 시공사 경쟁입찰이 사실상 성사된 성수4구역은 3개년 재무제표를 요청하면서, 최대주주사까지 포함해서 제출토록 입찰제안서를 마련했다. 무보증 회사채 기준으로, 기업신용평가서(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서울신용평가)도 요청했다. 방배동의 한 사업장에선 기업의 신용등급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상세 기술하라는 내용도 입찰지침서에 기재돼 있다.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 변호사는 “최근에는 추가이주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여 한도와 조건을 입찰지침서에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제안서에만 기대기보다, 선정 이후 도급계약서에 조건을 다시 한 번 확실히 기재해 두어야 실무상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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