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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이력 불안해서 계약해지 강행…法 "시공사에 52.8억원 줘야"

 

타 사업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시공사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조합의 행위를 두고, 법원이 총 52억8,03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계약해지와 관련한 명확한 근거가 불분명할 뿐더러, 시공사의 귀책 사유로 볼만한 의견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공사 교체에 따른 비용발생은 모두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20일 정비업계 따르면 부산지방법원은 A시공사(원고)가 부산 금정구 부곡동의 한 재개발 단지 B조합(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 시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조합의 시공사 해제 통보가 정당성이 있는지, 만약 조합 측 근거가 타당하지 않을 시엔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로 정리된다.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조합은 2018년 12월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A시공사를 선정하고, 다음해 3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평당공사비는 519만원,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48개월로 정해졌다. 하지만 2021년 A시공사의 담당 사업지에서 잇따라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조합은 A시공사와의 공사계약을 해제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계약해지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은 "시공사가 안전관리 체계와 시공역량에 결함이 있음이 노출됐다"며 "시공사에 귀책 사유가 있기에 이들의 이행이익 상당액은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A시공사는 민법 제673조에 주목했다. 해당 법에선 도급인(조합)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인정하나, 대신 수급인(A시공사)이 겪을 손해에 대한 배상도 규정하고 있다. 즉 일방적인 계약 해제로 인해 ▲시공사가 입게 될 손해 ▲이미 지출한 비용 ▲일이 완성됐을 경우 얻을 이익 등을 합한 금액을 배상하라는 취지다. 이 단지는 컨소시엄(공동수급체) 형태로 계약체결이 이뤄졌다. 따라서 A시공사는 전체 이행이익(260억원) 중 지분비율(45%) 만큼의 보상금액(117억2,700만원)을 요구했다.

 

또 시공사는 "조합이 해외 설계를 통한 외관 특화를 원한 바, 해외설계사와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해 총 500,000달러(한화 5억8,950만원)를 부담했다"며 "이 금액은 이미 우리가 부담해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의견을 더했다. 위 금액은 '이미 지출한 비용'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법원은 우선 조합의 결정에 대해 "타 단지 현장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시공사의 안전관리체계와 시공역량에 결함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붕괴사고가 아파트 가치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공사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원은 "조합은 계약해지 통지를 하면서도 시공사에게 명확한 해제 사유를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시공사 교체의 장점으로 ▲새로운 시공사 브랜드 선정 효과 ▲부동산 자산가치 향상 기대감 ▲건축물 구조 안정성에 대한 심적 기대감 등 나열됐다. 나열된 내용들만 보더라도 단순히 시공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해제 결정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법원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시공사는 감정서에 따른 전체 이행이익의 60%에 해당하는 이익을 취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평의 관념에 따라 상당액을 손익공제하기로 결정해 손해액은 117억2,700만원의 40%인 46억9,080만원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미 지출한 비용(5억8,950만원)까지 합한다면, 조합은 총 52억8,030만원의 손해배상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박은경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그간 누적된 시공사와의 도급계약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례와 통상적인 도급계약서상의 계약 해지 사유에 관한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타 사업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시공사에게 계약 해지에 대한 귀책 사유가 온전히 있다고 판단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합원들은 해당 시공사의 브랜드 가치, 그리고 그 브랜드가치를 뒷받침하는 우수한 시공 능력 및 오랜 기간을 통해 검증된 안정성 등을 신뢰하여 조합총회에서 해당 시공사를 선택했을 것이기에, 동일한 공사를 진행하는 현장에서 그 신뢰에 현저히 반하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조합원들이 종전의 신뢰를 그대로 유지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위 판결과 유사한 사건들이 향후 정비사업에서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에, 조합은 계약 주체인 만큼, 시공사와의 도급계약서상 '계약 해지 사유에 관한 규정'을 잘 협의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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