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포우성7차 시공권을 둔 물러섬 없는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책임준공확약' 여부를 두고 조합원들 사이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책임준공확약은 시공사가 천재지변이나 내란, 전쟁 등의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말그대로 끝까지 책임지고 준공 의무를 이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우건설은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한 반면, 삼성물산은 여타 사업장과 동일하게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책임준공확약서 제출 여부가 '이슈'로 점화되는 시점은 입찰지침서를 만들 때부터다. 올해 초 한남4구역 대의원회에서 입찰지침서가 한 차례 부결된 것도, 책임준공확약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수정됨에 따라 삼성물산이 입찰에 참여했다. 대신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에서 공사이행확약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조합원 민심을 달랬다.
현재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다른 시공사들은 모두 제출한다.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하는 건 건설사에게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내외 경제상황의 급격한 변동성으로 '공사비'가 올랐을 때, 이를 핑계로 함부로 공사를 중단시킬 수 없도록 한 일종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공사중단으로 사회적 논란이 됐던 둔촌주공 역시 시공사들의 책임준공확약이 이뤄지지 않았던 곳이다. 공사중단 사태가 끝난 뒤 사업비를 조달할 때에는 책임준공확약이 진행됐다.
사실 책임준공확약서는 조합이 사업비를 대출받을 때, HUG보증을 받게 되면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문서다. 삼성물산은 HUG보증이 아닌 자체 신용등급을 통한 지급보증으로 사업비 조달에 나선다. HUG보증을 받지 않기 때문에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해야 할 이유가 없다. 삼성물산은 HUG보증보다 자체 지급보증이 금리가 더 저렴하다는 점을 어필하며 그동안 책임준공확약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삼성물산의 지급보증 금리가 다른 대형 건설사의 HUG보증 금리보다 더 높은 사례도 있는 만큼, 이는 사업장별로 꼼꼼하게 비교해서 판단해야 한다.
책임준공확약으로 논란이 빚어졌던 사업장들 모두 삼성물산과 관련돼 있다. 장위8구역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지침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책임준공확약 이슈로 진통을 겪었다. 토지등소유자들이 '공사중단'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책임준공확약이 필요함을 주장했고, 성북구청은 주민의견을 검토하라는 지침을 권고했다. 입찰공고가 수개월 지연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방배15구역도 책임준공확약서 포함 여부로 내부 갈등이 극심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맞붙은 개포우성7차에서도 '책임준공확약' 관련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했고, 시공사 책임에 따른 공사지연이 발생할 경우 지체상금의 '한도'를 정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 시공사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 지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반면 삼성물산은 지체상금의 한도를 총 공사금액의 5%로 상한선을 정했다. 한남4구역에 제출한 공사이행확약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실제 최근 1-2년 사이 공사 중단이 이뤄진 곳은 둔촌주공과 대조1구역이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책임준공확약서를 받지 않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곳들의 경우, 공사비 이슈로 조합과 시공사 간 표면적인 갈등이 노출됐지만 실제 공사가 중단되지는 않았다. 공사기간은 조합의 금융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책임준공확약의 순기능으로 '공사기간'을 함부로 늘릴 수 없게끔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대부분 사업장에서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은 착공 전후로 이뤄지곤 하지만, 공사기간만큼은 책임준공확약서에 의거해 바뀌지 않는다.
이어 "책임준공확약은 '공사기간'만큼은 함부로 늘릴 수 없게끔 하는데, 이는 공사기간이 늘어날수록 금융비용이 비례해서 증가하기 때문이다"며 "삼성물산의 경우 공사 중단은 없었으나, 최근 반포주공1단지3주구에서 공사비(352억원 증액)와 공사기간(6개월 연장)을 모두 늘린 것 외에도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도 공사기간을 연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