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포우성7차 시공권 경쟁에 나선 양사(대우건설·삼성물산)의 홍보경쟁이 치열한 접전 구도로 펼쳐지는 가운데, 홍보 부스에서 안내되는 '사업조건'과 관련해 정확한 비교·검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전문가들 사이 나온다. 사업조건은 조합원들의 분담금과 직결되는 사안인 터라 시공사 선정의 향방을 좌우한다. 건설사에서 본인들에게 유리한 관점에서 자체 편집한 홍보물의 경우 자세히 분석해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9일 정비업계 따르면 개포우성7차 재건축 조합은 이달 20일까지 아파트 안에서 직접 대면해서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했다. 조합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되, 혹시라도 홍보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지침사항도 마련했다. 조합은 입찰제안서 비교표 설명도 가능하게끔 조치했다. 현장에선 사업조건 내 각각의 세부 항목별로 어떤 시공사가 유리한지에 대한 비교 내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조합원들이 전한 분위기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필수사업비 규모'다. 대우건설의 금리조건이 업계 최고 신용등급의 삼성물산보다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제안된 데 따른 일종의 신경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우건설은 법적 효력을 가진 입찰제안서를 통해 조합이 필요로 하는 사업비 전액을 대상으로 'CD+0%' 금리로 책임 조달하겠다는 점을 기재했다. 양사가 추정하는 필수사업비 규모는 평균 4천억 정도 수준이다.
◆ 대우건설, 가산금리 0%로 '금융경쟁' 자신…필수사업비 규모 두고 불필요한 신경전, 배경은?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들이 종전자산만을 현물로 출자할 뿐, 사업에 필요한 모든 자금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외부자본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비용은 분담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은 입찰보증금(300억원)을 포함한 필수사업비 전액을 'CD+0%'에 책임 조달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대여금 규모로는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의결한 전액이다. 법적 효력을 지닌 입찰제안서에 기재된 내용이다.
정비업계에서 'HUG보증'을 받지 않는 유일한 시공사는 삼성물산이다. 대우건설이 HUG보증수수료를 자체 부담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배경으로는 동일한 조건 하에서 사업비 조달금리만으로 평가받겠다는 목적에서다. 결과적으로 2곳 모두 조합이 HUG보증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에, 오롯이 가산금리(스프레드) 숫자만으로 금리 조건을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금리는 사실상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이다.
정비업계에서 필수사업비는 입찰보증금을 포함하며, 관리처분계획(안) 인가 후 PF 형태로 조달하게 될 금액을 모두 포함한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에서 입찰보증금은 CD-0.5%, 나머지 필수사업비는 CD+0.78%로 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시공권을 거머쥔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조합 총회에서 결정된 필수사업비 전액을 'CD+0.1%'에 책임 조달하겠다는 내용으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대우건설의 금리 조건이 삼성물산보다 경쟁력을 갖게 됨에 따라, 현재 '필수사업비' 규모를 두고 양사가 맞붙었다. 삼성물산은 조합원들에게 자체 제작한 홍보 유인물을 통해 대우건설의 'CD+0%' 금리는 입찰보증금(300억원)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다만, 대우건설은 법적 효력을 가진 입찰제안서에 입찰보증금을 포함해 조합이 필요로 하는 사업비 전액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명료하게 기재해 놓았다.
금융업 관계자는 "이자비용은 사실상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기에, 조합원 입장에선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대우건설이 가산금리 제로(0)와 HUG보증수수료 자부담을 조건을 내걸면서, 업계 우량 신용등급의 삼성물산과 견줘도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18개월 동안 물가상승 No" 대우건설, 물가상승(ESC) 증액은 '낮은 값'…삼성, 100억 한도 내에서 자체 부담 약속
물가상승(Escalation) 조건도 조합원들의 상당한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다. 특히, 개포우성7차는 이제 막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이기에, 향후 실착공에 들어가기까지 최소 수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된다. 일반적인 정비사업장의 경우, 보통 입찰마감일을 공사비 산출 기준연월일로 정하기 때문에, 이날을 '기산일'로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이 시작된다. 쉽게 말해, 입찰제안서 마감일부터 물가상승이 진행된다고 보면 무방하다.
개포우성7차는 경쟁입찰이 성사됐기에, 물가상승 부문에 있어서도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제안됐다. 우선, 대우건설은 공사비 산정 기준일로부터 18개월간 물가상승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입찰제안서에 기재했다.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방법도 건설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중 낮은 값을 적용키로 했다. 최근 5년간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변동폭을 적용할시, 18개월이면 공사비 364억 정도가 절감된다는 설명이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 모두 동일한 조건을 제안한 바 있다. 물가상승 증액 방법에서는 낮은 값을 적용하는 게 조합원들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삼성물산은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방법으로 건설공사비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의 산술평균 값을 적용키로 제안했다. 실착공에 앞서, 100억원 한도 내에서 삼성물산이 자체 부담하겠다는 점을 밝혔다.
대우건설과 달리, 공사비 산정 기준일로부터 물가상승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별도의 유예 기간은 제안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양사 모두 실착공 이후에는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없다는 점을 공통 조건으로 내걸었다.
개포우성7차 A조합원은 "양사가 각자 경쟁우위에 있는 조건들이 다르기에, 이를 검증해 나가는 일이 조합원들에게 중요할 거 같다"며 "조합에서 공식적으로 배포하게 될 입찰제안서·공사도급계약서 비교표가 양사 날인이 되어 있는 만큼,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정확한 조건과 숫자만으로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