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사업속도'로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는 여의도 대교아파트가 해외설계사 선정을 직접 주도한다. 조합이 손수 '원설계사'로 해외업체를 선정하겠다는 이례적인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교가 해외설계사 선정에 나선 배경으로는 종후자산가치 상승을 위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한강변에 위치한 핵심 사업장들과 비교할 때, 입지와 규모(구역면적) 면에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정비업계 따르면 여의도 대교아파트 조합은 해외특화디자인 설계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개시했다. 적격심사 방식으로 진행되며, 별도의 현장설명회는 개최하지 않는다. 입찰제안서 마감일은 오는 27일(금)까지다. 대교의 건축설계 업무를 담당하는 국내 업체는 에이앤유디자인그룹이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과 향후 선정될 해외특화디자인 설계사가 함께 협업체계를 구축해 사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대교는 준공 후 미래가치 향상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해외설계사 선정에 나섰다.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 현재 해외설계사가 정비업계에 참여하는 경로는 대부분 시공사 선정 단계에 있다. 통상 건설사는 해외설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마련한 대안설계(안)을 갖고 입찰경쟁에 참여한다. 다만, 건축설계(안)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 내내 바뀌기 때문에, 사실상 해외설계사의 역할은 시공사 선정 전까지로 국한된다.
이에, 대교는 조합이 직접 계약주체가 돼 명확한 용역업무 범위를 설정하고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해외설계사 선정을 통해 상품의 분양성을 높이고, 국내 프리미엄 주택시장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투자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는 게 대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교는 해외설계사 선정 관련 안건을 지난 총회 때 상정해 조합원들로부터 의결을 받았다.
물론 해외설계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우려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장 원설계사인 에이앤유디자인그룹도 국내 유수의 업체이기에, 적지 않은 용역비용 투입이 실효성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의 중복을 우려한 대목이다. 실제 에이앤유디자인그룹은 ▲나인원한남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 ▲반포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 등 국내 최고급 아파트 설계에 강점을 지닌 회사로 평가된다. 또한,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위치해 있는 해외업체를 효과적으로 컨트롤해, 명확한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느냐 여부도 과제로 꼽힌다.
대교 A조합원은 "조합은 그간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왔던 것은 모두 실제 성과로 보여줘 조합원들의 신뢰가 탄탄하다"며 "다만 해외설계사 용역비용이 적지 않기에 효율적인 비용집행인지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조합원 입장에선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변에 위치해 있지 않으며, 대지면적도 협소한 탓에 경쟁력 있는 사업장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절차임은 조합원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1975년 9월 준공된 대교아파트는 총 4개동 576세대로 구성돼 있다. 현재 기적용된 용적률과 건폐율은 각각 205%, 17%다. 대교아파트의 재건축을 돕는 협력업체로는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설계)과 도시디자인공장(도시계획), 정일회계법인(회계세무) 등이 있다. 최근 수립된 사업시행계획(안)에 따르면, 대교는 용적률 469%를 갖고 총 912세대를 짓게 된다. 제일감정평가법인이 추정한 비례율은 87.01%로 산출됐다. 추정비례율 산출의 기초 지표인 평당 공사비와 일반분양가는 각각 1,000만원, 7,800만원을 활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