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건설이 창립총회를 목전에 둔 여의도 삼부아파트에 수주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그간 축하 현수막을 게첩하고, 홍보 OS요원을 파견하는 정도의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관심도를 나타냈다. GS건설이 삼부 주민들의 우편함으로 공식레터를 발송한 전략적 행보 이면엔 조합원들의 눈도장 외에도 잠재적 경쟁사들을 향한 선전포고의 셈법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정비업계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장문의 편지를 일반우편으로 여의도 삼부아파트 예비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 공개적으로 수주의사를 밝혔다는 건, GS건설 내부적으로 입찰 참여를 진지하게 검토한 후 어느 정도 의사결정을 내렸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창립총회를 앞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공식레터를 보내는 일은 업계에서도 흔치 않기에, GS건설의 이번 행보는 입찰경쟁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보여준 '기선제압'으로 읽힌다.
공식레터를 받은 예비 조합원들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편지는 여의도 삼부아파트를 자이(XI)만의 새로운 주거 기준으로 정성껏 재정의하겠다는 포부를 시작으로, 공간의 본질과 미래를 깊이 있게 해석한 뒤 삼부의 가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입찰제안서로 찾아뵙겠다는 약속으로 끝맺음됐다. 편지 중간에는 단순히 아파트를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는 사람의 삶'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이야기도 깊은 고심 끝에 표현된 부분으로 보인다.
도정법 상 시공사 입찰공고가 개시된 후에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개별홍보활동'이 엄격히 금지된다. 따라서 입찰공고가 띄어지기 이전에 조합원들과의 소통 접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늘려나가는 게 중요하다. 원론적인 내용의 현수막이 기계적으로 걸리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맹목적으로 채워지는 화환들은 사실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느껴지기엔 한계가 있는 방법들이다.
따라서 GS건설이 아직 시공사 입찰공고까지 기간이 남아있는 여의도 삼부아파트에 선제적으로 의사표시를 건넨 셈법엔 많은 의미가 함의돼 있다는 게 건설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대교아파트다. 대교아파트의 경우,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매 총회 때마다 조합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제공되고 있다.
여의도 삼부의 구역면적은 62,634㎡로, 용도지역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약 80%)과 일반상업지역(약 20%)이 혼재돼 있다. 삼부아파트는 준공 후 수십년 간 하나의 단지로 관리됐던 만큼 큰 틀에서 '통합재건축'을 전제로 조합설립을 준비해 왔다. 정비사업은 입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땅 크기가 사업성을 좌우한다. 구역계 사이즈는 건축물 배치부터 커뮤니티시설 등 준공 후 단지 가치를 결정짓는다.
여의도 내에서 삼부아파트가 '대장주'로 꼽히는 배경도 앞선 이유 때문이다. 고령화에 접어든 국내 인구 구조를 감안할 때, 외부활동보다는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단지 안 '조식 서비스'가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삼부아파트는 근방에 위치한 이웃 단지들보다 규모 면에서 앞서기 때문에, 재건축 과정에서 토지이용의 활용 범위가 넓다. 땅을 능동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조합원들의 권리가액을 정할 추정비례율은 약 110%대다. 해당 지표 산출을 위해 적용된 평당 공사비와 일반분양가는 각각 1,100만원, 8,000만원이다. 보통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일반분양가만 현실화하고, 평당 공사비는 낮추는 경향성이 많다. 하지만 삼부아파트는 공사비와 일반분양가 모두 '현 시점'에 맞는 현실화된 수치를 사용했다. 삼부아파트는 모든 조합원들이 기존 면적 대비 10% 이상 넓혀 가더라도, 세대당 평균 5억원 이상의 환급금을 돌려받는 것으로 계산됐다.
여의도 삼부 A주민은 "모든 세대 우편함에 일괄적으로 꽂혀있는 공식레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 결정을 내릴 때에는 조합과 밀당하며 마지막까지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들었는데, GS건설은 조합도 설립되기 이전에 공개적으로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