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와 건설업계가 길고 생소한 외국어·외래어 아파트 이름 대신 한글로 개성을 살린 아파트명을 짓기로 뜻을 모았다.
서울시는 오는 21일 공공·민간 건설사 10여 곳과 함께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 제정을 위한 선언식'을 연다고 18일 밝혔다. 아파트 이름을 짓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자정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래미안'의 삼성물산, '힐스테이트'의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참여한다.
시는 길고 생소한 외래어 일색의 아파트 명칭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해치고 생활에 불편을 주기도 하는 만큼 부르기 쉬운 한글, 고유지명을 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해부터 공동주택 명칭 개선을 고민해 왔다.
시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1~2차 논의에서 전문가·조합·건설사 등의 의견을 바탕으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공개, 추가로 포함하거나 개선 사항을 수렴한 최종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새로운 아파트 이름은 최대 10자 내외를 권고한다. 부르기도 외우기도 어려운 긴 글자 수는 실생활에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이름에 들어가는 지명(地名)은 법정동과 행정동에 맞게 쓰도록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아파트 이름에 '목동'을 쓰면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숲'처럼 지역의 랜드마크는 지명이 아니므로 주변 아파트에서 사용해도 어긋나지 않는다.
무분별한 '펫네임'도 자제한다. '펫네임'은 아파트의 특징을 강조하고자 브랜드명 앞 뒤로 붙는 단어다. 아파트 이름이 어렵고 복잡해진 원인 중 하나다. 인근에 공원이나 숲이 있으면 '파크'나 '포레'를, 주변에 4차로 이상 대로가 있으면 센트럴, 고가 인테리어를 썼으면 더퍼스트·베스트·노블이 붙는 식이다.
최종 가이드라인은 공동주택 명칭을 제정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내년 초 각 구청과 조합, 시공사에 배포할 방침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아파트 이름의 자율·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어렵고 긴 외래어·외국어보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지명을 담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며 "1년 여 간의 고민과 논의가 담긴 개선안을 통해 앞으로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