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성지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짓는 '잠실 더샵루벤'이 내년 입주를 앞두고 외부에 건설현장을 공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잠실 더샵루벤은 국내 최초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지로, 그간 증축 한계를 겪었던 다수 리모델링 사업지에도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정비업계 따르면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이하 서리협)는 송파성지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간담회를 통해 리모델링과 관련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현장엔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를 비롯해 서리협, 송파 내 리모델링 단지 조합장·추진위원장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잠실 더샵루벤은 지하3층-지상18층, 2개동(부대시설 포함) 규모로 지어진다. 건축완화를 통해 용적률은 274.2%→429.7% 증가 추이를 보였다. 일반분양 물량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29세대로 설정돼, 총 세대수는 기존 298세대에서 327세대로 늘어났다. 지하주차장의 확대로, 주차대수는 199대가 추가 확보됐다. 주차장의 경우 순타공법이 아닌 역타공법을 통해 지어질 계획이다.
사업지엔 수직·수평 증축 공법이 모두 적용됐다. 수직증축을 통해 29세대의 일반분양분이 늘었고, 수평증축으로 실거주 면적은 약 11평 가량이 증가했다. 이는 전용면적(22㎡)과 발코니확장(16.4㎡)을 더한 수치다.
수직증축은 수평증축에 비해 까다로운 조건을 갖고 있어, 리모델링 단지에서 쉽게 보기 힘든 건축공법이다. 우선 수직증축을 위해선 지반이 단단해야 한다. 암반의 강도, 지층의 성격 등을 고려해 적합 여부를 따지게 된다. 또 1차 안전성검토만 받아도 되는 수평증축과 달리 수직증축은 1·2차 두 차례에 걸친 안전성검토 작업을 받아 통과해야 한다. 이외에도 현재 수직증축 시 내력벽 철거로 인한 합가가 불가하다.
대다수 조합원인 268세대(30평)는 리모델링을 통해 40평대 규모의 아파트를 얻게 된다. 나머지 30세대(25평)도 32평대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 29세대의 일반분양분은 모두 40평대로 계획됐다. 조합원들은 기존세대의 윗층으로 배정을 받고, 일반분양분은 16~18층으로 배정을 받게 된다.
잠실 더샵루벤의 평당분양가는 6,500만원으로 책정됐다. 분양가는 최소 25.7억원~최대 26.4억원으로 분포된다. 근방에 위치한 헬리오시티는 평당 6,912만원이고 래미안 파인탑은 6,273만원으로 나타나 적정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간담회를 연 배경에 대해 "국가의 부동산 정책에 리모델링도 부합한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리모델링도 재건축 못지 않게 주택공급과 삶의질 개선 부분에서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리모델링사업이 재건축사업에 비해 주택공급 효과가 작고 인프라 개선이 어렵다고 인식돼 정부에서 규제 완화에 미온적"이라며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사업 대비 신속한 노후주택 정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후주택의 물리적 노후화 개선 뿐만 아니라, 트렌드에 맞는 공간 재구성을 통한 사회적 노후화에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리협 관계자도 "이번 8.8 부동산 공급대책에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대책 및 규제완화만 있어 아쉬웠다"며 "1·2차 안전성검토의 통합 등 리모델링사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142곳(조합 80곳, 추진위원회 62곳)으로 12만 세대가 넘는다. 연초(총 136곳, 조합 76곳·추진위원회 60곳) 대비 조합은 4곳, 추진위원회는 2곳 총 6곳이 늘어났다. 이들 단지들이 정상적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면, 10년간 신규로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의 총 수는 약 2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