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주문한 첫 9·7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공공의 역할 확대를 통한 실질적인 주택 물량 확보로 요약된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힘이 실리는 한편, 정비사업 제도 개편으로 주택 공급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공공 중심의 주택 공급을 통해 속도전에 나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8일 정비업계 따르면 정부는 최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이번 9·7 부동산대책은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얼어 붙은 분양시장과 주택 공급 활성화를 의식한 후속 조치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그간 민간 건설사의 공급 확대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번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개입을 통한 공공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수도권 공공택지의 사업주체를 민간에서 LH로, 토지용도는 비주택에서 주택으로 각각 전환해 공공성 강화에 의한 공급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엔 공공이 토지수용 등을 통해 조성한 공공택지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매각해 민간이 주택을 직접 공급했으나, 앞으로는 LH가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즉 LH의 주된 역할이 '땅장사(토지매각)'가 아닌 '집장사(시행사)'로 바뀐 셈이다.
특히 LH가 수도권 공공개발지구에 보유 중인 상업·공공용지 등 비주택 용지는 신도시 6개 규모(1,950만㎡)에 달하는데, 이중 오랜 기간 미사용 되거나 지나치게 계획된 토지 용도를 전환해 2030년까지 최소 1만5,000가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노후 영구임대와 공공임대주택 등을 전면 재건축해 양질의 주택을 실수요자들에게 공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강서, 노원 등지의 영구 및 공공임대주택의 종상향(2·3종→3종·준주거)함으로써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확보한다는 의견이다. 대표적인 시범사업지로 ▲상계마들 ▲하계5단지 ▲중계1단지 등이 거론됐다.
노후 공공청사와 국유지 등을 재정비해 2030년까지 2만8,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준공 30년이 지난 공공청사와 사용하지 않은 국·공유지는 범부처 심의기구를 꾸려 복합개발 필요성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한다. 청사부지의 용적률을 올리고, LH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통해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직접 건설사업을 승인할 예정이다.
정비사업 활성화와 민간 규제 개선 눈에 띈다. 먼저 공공 도심복합사업의 일몰제 폐지를 통해 사업 추진력을 마련하고, 용적률을 최대 1.4배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이어 1기 신도시 사업은 기존 공모방식이 아닌 주민제안 방식으로 대체해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아울러 상가쪼개기를 통한 투기행위, 사업 지연 방지를 위해 행위제한 근거 마련 및 권리산정기준일을 도입한다. 기준일 이후 토지분할, 다세대 전환 등 이상 행위가 있는 경우 입주권을 제한한다. 이에 더해 정비사업 진행 시 기본계획·정비계획 수립 절차 동시 진행 및 주민공람·지방의회 의견청취 등 절차 병행을 허용해 준비기간을 단축한다. 재건축 조합의 융자한도도 현재 18억~50억원 수준에서 30억~60억원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한편 향후 투기 수요 유입이나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로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금일부터 무주택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기존 50%에서 40%로 강화된다. 비규제지역은 기존과 동일한 70%를 유지한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주담대도 전면 금지된다. 이번 규제로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LTV는 0%로 줄어든다. 기존엔 규제지역 LTV 30%, 비규제지역 60%를 적용했는데 이를 원천 봉쇄한 셈이다.
끝으로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한도 역시 2억원으로 일원화된다. 수도권 기준으로 1주택자에게 ▲서울보증보험(SGI) 3억원 ▲주택금융공사(HF) 2억2,000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억원까지 전세대출이 나왔는데 이를 일괄 조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