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은 최소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권리변동에 따른 조합원 손바뀜이 굉장히 비일비재하다. 이에, 일부 사업장에서는 신규 진입한 조합원들이 대의원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대의원 임기제 도입 여부를 신중히 저울질하고 있다. 서울시 표준정관이 변경됨에 따라 대의원들의 임기제 도입도 새롭게 명문화됐다. 대의원 임기제 관련 각 사업장별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어 관심이다.
20일 정비업계 따르면 한남2구역은 대의원 임기제 도입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 중이다. 앞서 올해 2월 진행된 총회에서 '대의원 임기제' 내용을 새롭게 기재한 정관 변경 안건도 통과시켰다. 또한, 대의원 임기제 도입 관련 조합원들의 생각을 묻기 위한 설문조사도 단행했다. 한남2구역은 집행부 임원과 동일한 3년의 임기제를 택해 향후 사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한남3구역은 지난 2022년 대의원 임기제를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당시 대의원회에서 부결됐지만, 조합장 직권 상정으로 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임시총회에선 조합원 약 80%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며 조합에 힘을 실어줬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대의원들은 임기 없이 종신제로 운영되고 있었기에 한남3구역의 이같은 결정에 많은 관심이 쏟아진 바 있다.
종신제는 곧 대의원들이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조합이 해·청산할 때까지 대의원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구조다. 법원에서도 2012년 한남3구역 조합설립 이후 총 조합원의 50% 넘는 권리변동이 있었기에, 조합원이 변경된 사정이 대의원회 구성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했다. 한남3구역은 대의원 임기제 도입 관련 소송에서 앞선 배경에 힘입어 승소했다.
흑석11구역도 최근 대의원 임기제 도입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흑석11구역은 이사회 표결을 거쳐 기존안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대의원 임기를 3년으로 정하게 될 경우, 3년마다 선출을 위한 비용과 시간 소모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백이 생길 경우 조합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염려했다. 다만, 조합원 10분의1 이상으로 대의원 수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달 총회에서 추가 대의원 선출을 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이민경 법무법인 조운 변호사는 "대의원 임기는 직접 법령이 규율하지 않아 조합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정관에 담을 수 있다"며 " 임기제는 임기 후 평가가 가능해 긴장도를 높임으로써 업무적정성 도모에 유리하지만 매임기마다 다수 대의원을 선출해야하는 절차적 번거로움이 크고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도 불리한 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종신제는 최초 선출과 간헐적 보궐선임만으로 대의원 운용이 가능하고 업무연속성 유지도 수월하지만, 해임 외에는 효율적 평가수단이 없어 업무 긴장도가 떨어지고 대의원들이 최초 집행부와 유착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것도 절대적 답이 될 수 없으니 조합원들의 사업 관심도, 대의원 후보자 모집의 용이성 등 각 조합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해당 구역에서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제도가 어느 것인지를 가려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