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이를 만든 것은 시간이었다
서울의 한 재개발구역, 한 사람은 조합원이 되어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또 다른 사람은 같은 구역의 비슷한 빌라를 매수했지만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었다. 두 사람이 선택한 곳은 건물의 규모도 비슷했고, 입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차이를 만든 것은 가격도, 건물도 아니었다. 시간이었다.
2. 시간은 권리다
재개발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먼저 입지를 떠올린다. 역이 얼마나 가까운지, 용적률은 얼마나 되는지, 향후 개발 가능성은 어떠한지를 살핀다. 물론 모두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도시정비 사건을 오랫동안 수행하면서 얻은 결론은 조금 다르다. 재개발의 본질은 시간을 기준으로 권리를 나누는 데 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간은 단순한 시계의 흐름이 아니다. 권리산정기준일이 언제인지, 조합설립인가가 언제 이루어졌는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언제 고시되었는지와 같은 절차상의 시간은 곧 권리의 기준이 된다. 같은 건물이라도 취득 시점에 따라 조합원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같은 가격에 매수했더라도 분양권을 받을 수도 있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재개발에서 시간은 곧 권리다.
3. 변호사는 가격보다 시간을 먼저 본다
실무에서 의외로 많이 듣는 질문은 단순하다. "변호사님, 지금 사도 괜찮습니까?"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를 확인해야 한다. "지금이 언제입니까?"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인지, 조합설립인가 이전인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인지에 따라 같은 질문에도 답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도시정비사업에서는 날짜 하나가 수억 원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변호사는 가격보다 먼저 사업 절차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절차가 가리키는 시간을 본다. 실무를 하다 보면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나쁜 부동산을 산 사람이 아니다. 좋은 부동산을 샀지만, 법이 정한 시간을 놓친 사람이다.
4. 절차를 이해해야 도시가 보인다
도시정비법은 건축을 위한 법에 그치지 않는다. 누가 도시의 미래를 함께할 권리를 갖는지를 결정하는 법이다. 도시정비사업은 새롭게 만들어질 가치와 권리를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법은 시간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을 선택했다. 최근 도시정비법은 여러 차례 개정되었고, 대법원 판례 역시 권리의 기준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고 있다. 투기를 방지하고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제도는 결국 '시간'이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도시정비사업을 이해하려면 건축보다 먼저 절차를 이해해야 하고, 절차를 이해하려면 법을 읽어야 한다.
5. 가장 비싼 자산은 법률적 이해다
도시는 크레인이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시를 바꾸는 것은 콘크리트만이 아니다. 법이다. 그리고 도시정비사업에서 가장 비싼 자산은 오래된 건물이 아니다.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법률적 이해다. 도시는 건물로 기억되지만, 권리는 시간으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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