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소재 A사업장에서 지난 6월 초 정비업체·설계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그에 앞서 일부 조합원들이 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법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해당 총회는 기존 정비업체와 설계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신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23일 정비업계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조합원 12명(채권자)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 의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조합이 총회에서 정비업체 및 설계사 선정 안건을 상정해 의결하려고 하는 와중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게 채권자들의 주장이다. 서울시 공공지원 선정기준에 따라, 공공지원자인 구청으로부터 사전검토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받지 않았기에 위법하다는 게 요지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경우, 본안소송에서 그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가능함은 물론, 총회결의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에 의한 사후적인 권리구제방법이 마련돼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조합은 총회 자체의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이 발령될 경우 사실상 그 가처분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총회 개최의 위법함이 명백하고, 추가 법률 분쟁이 초래될 염려가 있는 등 고도의 소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조합원들이 제기한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업체 선정기준 제22조 제2항]과 [서울시 공공지원 설계사 선정기준 제18조 제2항]의 위법성 주장과 관련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추진위원장으로 하여금 공공지원자에게 ▲이사회·대의원회 개최에 관한 사항 ▲시공사·설계사·정비업체 등 업체 선정계획과 계약에 관한 사항 등을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제출하지 않고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해당 절차의 효력이나 제재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정법과 서울시 도시및주거환경정비 조례 모두에서 명시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공공지원 제도는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경험과 역량을 갖춘 공공지원자로 하여금 조합의 사업진행을 지원하기 위함이 주목적"이라며 "관련 법령의 문언과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업체 선정기준 제22조 제2항, 설계사 선정기준 제18조 제2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더욱이, 조합은 최초 정비업체와 설계사 선정계획 단계부터 ▲입찰절차의 진행 ▲재입찰절차의 진행 ▲유찰 ▲수의계약 체결 방식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한 단계 등을 거쳐왔던 점을 볼 때, 공공지원자인 서초구청장에게 지속적으로 각 단계를 보고하고 검토와 승인을 받아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서초구청장이 조합의 위와 같은 절차 진행과 관련해 위법사항을 지적하거나 제재 등을 부과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도정법 제29조 제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령에서도 일반경쟁입찰에서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 응찰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된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은 예외적으로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함을 정하고 있는 취지는 조합원의 의결권과 선택권을 가능한 보장하고, 정비사업의 원활하고 효율적 진행을 위한 예외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정준우 법무법인 인본 변호사는 "법원은 우선적으로 총회개최 자체를 막는 사전적 의결금지 가처분은 그 성질상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며,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는 점을 전제로, 총회 개최가 금지될 경우 조합은 사실상 불복의 기회를 잃는 반면, 조합원들은 총회 이후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본안소송이나 효력정지 가처분 등 사후적 구제수단이 보장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아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공공지원자의 사전검토 절차와 관련하여,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선정기준은 상위 법령인 도시정비법이나 관련 조례에 절차 위반 시 효력을 무효로 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고, 제재 조항 또한 임의규정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이를 강행규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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