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억 원을 들여서 화장실도 고치고 샷시도 하고 최고급 대리석 바닥까지 깔았는데, 인테리어를 전혀 안 한 옆집과 감정평가액이 똑같다니 말이 됩니까? 인정할 수 없습니다.”
재건축 현장에서 매번 뜨거운 감자로 이슈화되는 건 '내 집의 감정평가액'이다. 소유주들이 가장 억울해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건축 종전자산 감정평가에서 개별 리모델링(인테리어) 비용을 배제하는 것은 감정평가 실무에서 확립된 원칙이다. 그렇다면 왜 피같은 돈을 투자해 진행한 인테리어 비용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엔 5가지 핵심 논리가 있다.
1. 주관적 취향 빼야 해…객관적 상태로 평가해야
대법원은 감정평가를 할 때 소유자의 개인적인 사정이나 취향을 철저히 배제하라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소유자의 주관적 가치는 배제의 대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했다. 즉, 감정평가는 '해당 아파트 평형의 표준적인 상태'를 기준으로 삼으라고 엄격히 정해놓고 있다. 대상 물건의 소유자가 생각하고 있는 주관적인 가치나 일시적인 이용 상황 등은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이며 일반적인 이용 상태에 따라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2.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고친 것, 필수 주거 목적의 '임시방편'
재건축 현장에서 진행하는 리모델링은 철거를 앞두고 잠시라도 깨끗하게 살기 위해서나 혹은 전세를 주기 위해 목적이 담겨 있다. 또는 화장실 기능이나 난방, 창호 등 필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임시 방편 목적으로 고치는 경우에 불과하다. 필수 주거를 위한 기능 회복은 당연 지출로 봐야 한다.
3. 어차피 새로 지을 건물, 철거 예정 자산임을 인지해야
감정평가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봐도 리모델링 비용 배제는 당연하다. 재건축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사업이다. 새 집을 짓기 위해 수년 내에 철거될 아파트라면, 내부에 깐 고가의 대리석이나 명품 싱크대는 철거와 동시에 가치가 0이 된다. H빔 보강 같은 건물의 뼈대(구조)를 튼튼하게 만들어 아파트 전체의 수명을 늘린 '구조 보강'이 아니라면, 단순한 미관 개선이나 여러 가지 설비 교체 비용은 건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소멸하므로 가치로 인정받기 어렵다.
4. 전수조사 사실상 불가능, 비용투하의 적정성 판단도 어려워…현실적 실무 고려해야
수백, 수천 세대에 달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모든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 인테리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령 오랜 기간 조사한다 하더라도 각 세대의 비용 투하의 기간과 범위, 상각의 정도, 증빙과 소명, 과 투하 등의 적정성 문제가 남는다. 만약 문을 열어준 집만 인테리어 비용을 얹어주고, 부재중이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은 집은 제외한다면 감정평가의 공정성은 그 즉시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감정평가 실무에서는 “모든 세대의 내부 상태는 표준적이고 일반적인 관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가정을 전제로 균등하게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재건축 종전자산 평가의 핵심에 부합한다.
5. 재건축의 핵심, 절대 금액보다 중요한 건 '상대적 지분율'
재건축의 가장 큰 오해를 알아보자. 종전자산 감정평가는 내 집 값을 높게 쳐서 보상금을 받아 가는 '수용 보상'이 아니고 ‘시세평가’도 아니다.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들이 각자의 부동산을 출자해 새로 아파트를 짓는 동업이다. 따라서 내 감정평가액이 높게 나오는 것보다, 조합원들 간의 ‘상대적인 출자 비율(지분율)’이 공정하게 측정되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만약 누군가의 인테리어 비용을 개별적, 사적으로 인정해 주기 시작하면 공정한 저울의 추가 깨지고, 이는 곧 다른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형평성이 저해되는 결론인 셈이다. 모두의 형평성을 위하여 리모델링을 배제하는 것이 상대적 지분율의 정확성에 더 기여한다.
인테리어 비용을 인정받지 못하는 조합원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하지만 기준이 무너지면 재건축 사업 전체가 흔들린다. 재건축 감정평가에서 인테리어를 포함한 리모델링 비용을 배제하는 것은, 모든 조합원을 ‘동일한 출발선(동일 시점, 동일 기준)’에 세워 그 누구도 억울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게 하려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약속이다. 그것이 감정평가의 정의(正義)이자,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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