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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인데, 독립정산제 도입 요청?…실무·도정법상 한계점 분명

 

얼마 전 재개발 현장에서 흥미로운 주제의 발표 요청이 있었다. 재개발 구역에서 이른바 ‘독립정산제’ 도입 가능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재건축에서 상가 독립정산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가 있었고, 실제로 독립정산제를 도입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재개발에서는 논의도 없었을뿐더러, 사례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발표 요청의 배경을 살펴보니, 최근 특정 ‘재개발’ 구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넓은 토지를 소유한 토지등소유자들이 “우리 땅이 면적이 커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만들어 내는데 왜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정산을 해야 하느냐”며 ‘독립정산제’ 또는 ‘독립채산제’의 도입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 주장에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같은 재개발구역 안에서도 대지면적이 20평인 사람과 100평인 사람이 있고, 이들의 기여도를 면적에 따라 형식적으로만 따져 볼 경우,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개발사업에서도 독립정산제를 도입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제도를 도입한 사례가 없어서가 아니라, 도시정비법의 법적 구조 및 재개발 사업의 법적 성격을 고려할 때, 재개발 사업 자체가 독립정산제와 쉽게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 재건축에서 상가 독립정산제가 도입된 배경

 

독립정산제는 원래 재건축사업에서 발전한 제도이다. 특히 상가와 아파트가 함께 존재하는 재건축사업에서 상가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활용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독립정산제를 아파트와 상가를 구분하여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고, 상가 조합원들이 상가 부분의 관리처분기준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식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5281 판결).

 

상가 독립정산제가 재건축에서 가능했던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상가와 아파트는 물리적·기능적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된다. 즉, 상가는 일반적으로 근린생활시설 등 비주거용 건축물에 해당하고, 아파트는 주택법상 공동주택에 해당하므로 양자는 건축물의 용도 자체가 다르다. 또한 공사비 산정 방식이나, 분양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나아가서 사업 완료 후 발생하는 수익 구조도 서로 다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상가 부분과 아파트 부분을 구분하여 정산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합리성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본다.

 

특히 재개발사업이 강한 공익성을 갖는 사업인 데 반해, 재건축사업은 상대적으로 사적 자치의 성격이 강한 민간 주도 사업에 가깝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재건축사업에서는 사업시행자와 조합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폭넓게 허용되었고, 그 결과 독립정산제와 같은 제도적 변형도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 공익사업인 재개발에 독립정산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재개발사업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재개발은 공익사업의 성격을 가진다. 도시정비법은 재개발사업을 열악한 주거환경과 기반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낡은 건물을 새 건물로 바꾸는 사업이 아니라 도로, 공원,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을 함께 정비하는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다. 실제로 재개발구역의 사업시행자에게는 원칙적으로 토지수용권이 인정된다. 이는 재건축사업과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공익사업으로 진행되는 재개발에서 특정 집단의 조합원에게 추가적인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독립정산제 구조를 도입하는 것은 공익사업의 제도 취지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정비사업은 원칙적으로 권리가액과 비례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대법원은 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들이 종전자산을 출자하여 개발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출자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두2048 판결). 쉽게 말해 종전자산 평가를 통해 권리가액을 산정하고, 비례율을 적용하여 개발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그런데 대지면적만을 기준으로 별도의 독립정산 그룹을 만들게 되면 이러한 기본 원리와 충돌하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지면적은 크지만 입지나 활용도가 낮은 토지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대지면적은 작더라도 역세권에 위치해 가치가 높은 토지도 존재한다. 도시정비법은 이러한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종전자산 평가 과정에서 규모뿐 아니라 위치, 이용상황, 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대지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개발이익을 추가 보장하게 되면 이미 종전자산 평가에 반영된 요소를 다시 한 번 보상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셋째, 조합원 간 형평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개발구역에는 다양한 형태의 토지가 존재한다. 코너 토지, 대로변 토지, 역세권 토지, 임대수익이 높은 건물의 토지 등 각각의 소유자는 저마다 자신의 토지가 특별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결국 어디까지를 인정하고 어디부터 인정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찾기 어려워진다.

 

3. 도시정비법의 기본 원리와 충돌

 

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1호는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 종전 토지 또는 건축물의 면적·이용상황·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지 또는 건축물이 균형 있게 분양신청자에게 배분되고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지면적이 큰 일부 토지등소유자에게 별도의 개발이익을 추가 배분하는 방식은 이러한 균형배분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독립정산제는 단순한 정산방식의 변경 문제가 아니라 관리처분체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실무적으로도 난관이 많다. 독립정산 대상자를 누구로 정할 것인지, 수익과 비용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 별도의 비례율을 산정할 것인지 등 해결하여야 할 법률적·실무적 과제가 많다. 더욱이 독립정산제를 도입하려면 정관 변경이 필요하고, 이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재개발 현장에서 이러한 동의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대지면적이 큰 토지등소유자의 개발이익 보장은 독립정산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도시정비법 체계 안에서 종전자산 평가의 적정성과 관리처분계획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법적으로도 타당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정비사업은 본질적으로 공동의 출자와 공동의 위험 부담을 전제로 하는 사업이다. 특정 그룹의 개발이익을 추가적으로 보장하는 독립정산제는 언뜻 공정해 보일 수 있으나, 재개발이라는 제도의 근본 구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재개발 사업의 성공은 특정 집단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균형 있는 이익 조정 속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글 =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 변호사(kjw@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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