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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제명사유 판단 기준은…決 "실체적 사유로 피해 입증돼야"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조합원 제명 여부를 둘러싼 법적 잣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기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놔 눈길이 모아진다. 법원 판단의 핵심은 조합원 제명이 성립되기 위해선 구체적 사유와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추상적 이유만으로는 특정 조합원의 제명이 이뤄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4일 법조계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채권자(조합원)가 채무자(조합)를 상대로 제기한 '총회 안건 결의금지 가처분' 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정기총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조합원 제명' 건의 결의는 무효화됐다.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서초구 일대의 한 재건축 조합은 이사회·대의원회에서 '채권자에 대한 형사고소 및 변호사 선임의 건'을 상정해 결의했다. 상가협의회장 겸 조합이사인 조합원 A씨는 그간 지속적으로 상가의 이익을 대변하며 조합의 활동을 견제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상가협의회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법무법인에 대한 법률자문료 1년치를 조합에 청구했다. 우편물 제작을 통해 상가 고유의 입장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하고, 각종 민원 제기도 있었다.

 

결국 조합 측은 조합원 A씨가 조합원들에게 상가의 입장이 담긴 우편물을 전달한 것을 두고, 일방적 주장이 담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또 조합의 활동에 비협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각종 민원으로 조합의 업무를 방해한 부분도 문제삼았다. 이에 조합은 형사고소 준비를 위한 변호사 선임 절차를 신속하게 밟기로 했다.

 

하지만 채권자인 조합원 A씨는 조합에서 보낸 공문을 두고 "제명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무엇을 소명해야 할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명사유와 관련한 명확한 사실관계(일시, 장소, 행위 등)를 조합원들로부터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의 판단도 채권자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법원은 조합이 조합원 A씨에게 전달한 내용증명 공문과 관련, '허위사실 외에 어떤 내용이 유포됐는지', '허위사실이 조합원 의사결정에 어떠한 방해가 됐는지', '정상적인 사업추진을 방해한 결과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조합 스스로도 구체적 제명사유를 명확히 특정하지 못한 듯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법원은 정관규정에 명시된 소명기회 부여 내용과 관련해선 "조합원들 전부에게 제명대상자의 제명사유에 대한 소명내용이 적어도 한 번은 전달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조합원 A씨에게 실질적인 소명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다면, 결국 조합원들의 의결권도 침해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고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법원은 "채권자는 조합원 권리를 잃으면 완전 회복이 어려운 반면, 채무자는 다시 절차적 하자를 보완해 제명 결의에 나설 수 있으니 회복 탄력성 차이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환 법무법인 텍스트 변호사는 "정관에서 정한 제명사유인 막대한 손해가 인정되기 어렵기 떄문에, 총회에서 조합원 제명을 의결하더라도 대부분 효력정지가처분으로 효력이 정지된다"면서 "총회 전에 안건의 의결이나 개최금지를 구하는 사전가처분은 중대한 절차위반이 있어야 인정되는데, 이 사건은 조합이 제명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근거하여 제명의결을 사전에 금지한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박지환 변호사는 "실무상 총회개최금지가 인정되는 범위는 제한적이어서, 제명의결을 사후가처분이 아닌 사전가처분으로 미리 저지하려면 제명이 근거없다는 점이 명확하고 분양신청이 임박하여 제명이 되면 지위회복이 어렵다는 사정 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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