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3구역과 압구정4구역이 각각 현대건설,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한 가운데, 마지막 남은 압구정5구역을 두고 조합원들의 막판 사업조건 비교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사기간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는 60층 이상의 초고층으로 지어지는 탓에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은 아파트 품질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 나오고 있어서다.
삼성물산은 지난 23일(토) 진행된 총회 의결을 통해 압구정4구역 시공권을 거머줬다. 이 자리에서 가장 긴 공사기간(68개월)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공식적으로 설명했다. 우선, PT 발표를 통해 DL이앤씨가 제안한 압구정5구역 공사기간(57개월)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내비쳤다. 공사기간이 인근 이웃 단지들보다 길다는 점을 우려한 조합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만들어 온 셈이다.
실제 착공 시점에 공사도급 본계약을 협의하고 체결할 때에는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삼성물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불가능한 공사기간으로 조합원들의 혼란을 야기하기보다, 애초 지킬 수 있는 공사기간을 제안했다는 게 요지다. 실제로 60층 이상으로 설계된 사업장들의 공사기간은 ▲성수1구역(GS건설, 63개월) ▲부산촉진2-1구역(포스코이앤씨, 65개월) ▲부산촉진3구역(DL이앤씨, 66개월) 등이다.
삼성물산은 대한민국 초고층 건축물을 가장 많이 지은 건설사다. 해외 랜드마크 초고층 건물로는 ▲세계 최고층 부르즈 할리파(163층) ▲동남아 최고층 메르데카 118(118층) ▲대만 최고층 타이베이101(508m) ▲유럽 최고층 라흐타 센터(87층) 등을 트랙레코드로 두고 있다. 초고층 건물 시공 경험이 많은 만큼 압구정4구역 공사기간으로는 68개월을 적정 기간으로 제안했다.
정부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정비사업의 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주 4.5일제 도입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는 2024년 기준 1,859시간인 실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까지 낮추겠다고 목표 수치를 밝혔다. 건설업은 사람 기반의 노동 집약적 산업인 만큼 주 4.5일제 제도가 자리잡을 경우 공사기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단 정부 정책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4년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자동차 화재 사건은 정비사업 건축 관련 인허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당장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구획의 안전 관련 내용이 재검토됐다. 전기자동차 화재 사건이 난 후 진행된 여의도 A현장에서는 환경영향평가 설명회에서 전기자동차 화재로 인해 지하주차장 천장에 스프링쿨러 설치 방식을 두고 인허가청과의 새로운 논의가 이뤄졌다.
예상치 못한 화재 사고로 인해 정비업계 인허가 심의 기준에 변화가 초래됐고, 이는 곧 공사기간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특히, 시공사들은 공사도급계약(안)을 체결할 때, 공사기간 항목에 있어 분명한 단서 조항을 기재한다. 조합은 시공사의 사실상·법률상 공사 착공에 지장이 없도록 제반조치를 취하며,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착공 지연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함께 협의하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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