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5구역 시공사 경쟁이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조합원들에게 파격적으로 안내된 분담금 유예 조건의 '부담 주체와 구조'를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DL이앤씨는 그간 경쟁입찰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입주 '7년 후' 분담금 납부 조건을 내걸었다. 다만, 분담금 납부를 뒤로 연기함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리금(원금+이자)은 모두 조합원들의 부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유주들은 조합원 분양계약에 따라 계약금-중도금-잔금 순서로 분담금을 납부하게 된다. 흔히 '빵빵백(0-0-100)'으로 알려진 단어도 분담금 납부를 최대한 미뤄주겠다는 시공사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경쟁입찰이 성사된 곳에선 대부분 입주 후 100% 납부를 기본 전제 조건으로, 이를 뛰어넘는 '수년 후 납부' 조건이 조합원들의 눈길을 당장은 사로잡는 게 일반적이다.
시공사의 관련 제안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수요자금융조달이라는 개념부터 명확히 알아야 한다. DL이앤씨는 압구정5구역에서 입주 7년 후 분담금을 100% 납부할 수 있다는 파격 조건을 걸었다. 다만, 공사도급계약(안) 별지서류로 첨부된 '기타조건'에 납부 유예에 따른 금융비용은 수요자 부담이라는 점을 명기했다. 여기서 말하는 수요자란 조합원을 지칭한다.
조합원 스스로 본인의 자금 사정에 맞춰 금융기관으로부터 담보부 대출을 일으키고 금융비용도 모두 자납해야 한다. 당장 분담금을 낼 여력이 없어 유예할 순 있지만, 미뤄지는 기간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비용은 개별 조합원이 감내해야 한다. 분담금 유예에 따른 이자를 시공사가 대신 내주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조합원들이 이자가 발생하지 않고 납부일만 미뤄주는 조건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상황도 빈번하다.
조합원들 개개인이 대출 여력이 없다면, 시공사가 수년을 미뤄준다고 약속해도 이는 결코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버리는 셈이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맞붙은 개포우성7차에서도 양사 모두 분담금 납부를 각각 최대 4년, 최대 6년간 유예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물론 전제조건은 수요자금융조달 방식이라는 점을 기재했다.
물론 수요자금융조달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시공사들의 제안도 존재한다. 현대건설은 압구정5구역에서 안정적인 입주 도모 차원에서 수요자 금융조달이 불가할 경우 책임 조달하겠다는 점을 제안했다. 삼성물산 역시 압구정4구역(입주후 4년 유예)과 신반포19-25차(입주시 100% 납부)에서 자체 신용공여를 통해 조달하겠다고 입찰제안서로 확약했다. 수요자금융조달이 안되더라도 분담금 납부 유예가 가능할 수 있다고 지원하겠다는 점을 의미한다.
압구정5구역은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는 사실상의 1:1 재건축인 만큼 분담금 규모가 다른 사업장들보다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분담금을 유예하면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의 규모가 큰 터라, 분담금 유예를 길게 가져가는 선택 자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나 분담금 유예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비용의 금리는 그 시점 정부 정책과 시장 상황에 따라 높은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업 관계자는 "분담금 납부 유예는 대부분의 모든 정비사업 현장에서 '수요자금융조달' 형태로 진행되는데, 이를 시공사가 제안하는 것이 업계에선 예전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분담금이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압구정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들에게 혜택으로 와닿는 실효성 있는 제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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