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사업에서 현금청산은 가장 예민한 주제 가운데 하나다. 분양을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토지등소유자에게 조합이 금전으로 보상하는 절차인데, 재개발과 재건축은 적용되는 법령과 절차가 서로 달라 언제, 어떻게 청산이 이루어지는지를 두고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재개발은 태생적으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약칭 ‘토지보상법’)의 보상체계와 결합되어 발전해 왔고, 지금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토지보상법 절차를 일부 준용한다. 반면 재건축은 사적 개발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매도청구 제도가 법적 근거가 되어왔다. 같은 ‘정비사업’이지만 뿌리와 법적 틀이 다른 것이다.
현금청산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정비사업이 확정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비사업의 주요한 절차로서,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관할청으로부터 인가를 받는 단계가 있다. 사업시행계획은 건축설계에 해당하는 단계로, 인가가 나면 사실상 건축허가를 받은 것과 같다. 관리처분계획은 이렇게 설계된 건축물과 토지를 구체적으로 배분하는 절차다. 따라서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 현금청산이 1차적으로 개시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에서 대부분의 현금청산자가 확정된다.
조합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으면 현금청산 절차를 시작할 수 있고, 특히 재개발의 경우 토지등소유자도 재결신청 청구를 통해 조합을 압박할 수 있다. 재결신청 청구는 장기간 권리 행사가 제한된 소유자가 보상을 조속히 받기 위해 활용하는 제도인데, 조합이 재결신청을 지연할 경우 지연손해금 부담이 발생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지연손해금의 기산점과 이율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일정기간은 연 20%라는 높은 이율이 적용되기도 한다.
재건축은 사정이 다르다. 토지등소유자가 스스로 조합을 상대로 현금청산을 청구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매도청구를 소송으로 직접 구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조합이 조합설립이나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하지 않은 자 등에 대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이 권리는 조합이 행사하는 것이지, 역으로 토지등소유자가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다만,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이 일정기간 내에 현금청산을 진행하지 않으면 많게는 연 15% 이율의 지연손해금을 부담해야 하므로 조합의 매도청구가 간접적으로 강제된다.
결국 정비사업의 현금청산은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사업시행계획 인가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권리 행사 방식은 크게 다르다. 조합은 지연손해금이라는 무거운 짐을 피하기 위해 신속히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하고, 토지등소유자는 언제부터 권리가 제한되는지, 지연손해금이 언제부터 발생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재개발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지연손해금 기산점과 적용 이율이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 기준만 믿고 대응했다가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재건축의 경우에도 조합의 매도청구권 행사 여부에 따라 소유자의 입장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현금청산은 단순히 “분양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 보호와 손해 최소화를 위한 정교한 법적 대응의 문제다. 조합이든 토지등소유자든 각자의 상황에 맞게 법적 절차와 판례의 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글 = 김택종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tjkim00@centro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