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현대산업개발이 향후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분양 과정에서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미분양이 났을 경우, 최초분양가로 대물변제하겠다는 파격적 공사조건으로 조합원들의 표심 사로잡기에 나선다. 원안설계 대비 추가 분양면적을 확보한 만큼, 조합원들의 '미분양 리스크' 우려를 사전에 말끔히 해소시키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각 세대당 약 8.5억원 가량의 개발이익(환급금)을 안겨주겠다는 게 입찰제안의 핵심이다.
2일 정비업계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들에게 최대 이익을 실현시켜주는 방향으로 입찰제안서를 기획했다. 대안설계에 힘을 실었다. 용적률에 산입되지 않는 지하층을 활용해 상가 면적을 추가로 확보했다. 일반 기업의 매출격인 '분양수입'이 증대되어야, 조합원들의 분담금 절감이 가능해진다. 기보유한 인프라(용산아이파크몰)와 주변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연계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의 시장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분양수입 극대화라는 단순 제안에 그치지 않기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은 확실한 하방안정성(Downside Protection)도 구축했다. 상가 미분양이 날 경우, 최초 일반분양가 또는 준공 시 감정평가액 중 높은 금액으로 대물변제를 보장한다고 제안했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비주거시설 비율이 상당히 커, 향후 업무시설과 판매시설의 분양 여부가 조합의 사업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초 일반분양가' 대물변제 조건은 보통 경쟁입찰이 성사된 핵심 사업장에서 많이 포착된다.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에서 상가·오피스텔 미분양 물량을 대물변제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존 지상층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상가)을 지하화해 용적률을 확보했고, 확보한 용적률을 오피스텔 복층화에 활용했다. 상가를 지하화할 수 있었던 건, 지하철(서부선 경전철)과 연계한 순환형 상업시설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남4구역에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최초분양가' 대물변제 조건을 약속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삼성물산과 맞붙은 부산촉진2-1구역에서 해당 조건을 가져왔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상가 미분양 리스크는 조합원들이 분양과정에서의 손실을 가져오기에, 경쟁입찰이 성사된 곳들을 중심으로 최초분양가 대물변제 조건이 입찰제안서에 포함되고 있다. 조합원들 입장에선 안정적인 분양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실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수주의향을 타진하던 많은 건설사들이 입찰 검토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했던 부분도 상가로 알려져 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이 미분양된 상가를 최초분양가로 대물변제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운 이면에는 어느 정도 '분양 자신감'도 내포돼 있다. 무엇보다 용산역을 중심으로 한 개발 프로젝트들을 수행 중이기에, 상가 분양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도 펼칠 수 있다. 운신의 폭이 넓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진행된 대부분의 경쟁입찰에서, 비주거시설 미분양시 최초 분양가로 대물변제 하겠다는 건설사가 모두 시공사로 선정된 전례가 있다"며 "특히,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은 향후 정비계획(안) 변경 과정에서 비주거시설이 양적으로 더 늘어날 것이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의 파격 조건이 조합원들의 안정적인 분양수입을 담보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